- GM·현대차, 무관세 혜택 누리며 對美 수출 급증… 관세 부과시 타격 불가피
- 美 자동차 시장 점유율 8.6% 기록한 한국… 일본 제치고 2위 수출국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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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라는 초강수를 던지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무관세 천국’에서 ‘관세 지옥’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무관세 혜택을 톡톡히 누리며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온 한국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관세 장벽이 세워질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 한국산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대인 8.6%를 기록하며, 일본(8.2%)을 제치고 멕시코에 이어 당당히 2위의 자동차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이는 과거 일본차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한국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음을 보여주는 쾌거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현재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0%로 적용되고 있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러한 무관세 혜택은 제너럴모터스(GM)와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한국을 주요 생산 기지로 삼아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GM은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생산된 차량의 대미 수출량을 눈에 띄게 늘려왔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GM의 한국산 차량 미국 판매량은 2019년 17만 3,000대에서 2024년에는 40만 7,000대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는 GM이 한국을 저마진, 엔트리 레벨 차량 생산의 핵심 기지로 활용하며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대자동차 역시 한국을 거점으로 삼아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라는 칼을 빼들면서, 이러한 낙관적인 분위기는 일순간에 위기감으로 바뀌고 있다. ‘상호 관세’란, 특정 국가가 자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역시 해당 국가의 제품에 상응하는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미국에 불리한 무역 협정을 바로잡고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상호 관세 부과를 주장해왔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경우, GM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업계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어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시러큐스 대학교 법학대학의 테렌스 라우 학장은 “한 자릿수 관세는 그저 성가신 존재일 수 있지만, 1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되면 기업의 수익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우 학장의 지적은 트럼프 행정부가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자동차 업계가 감내해야 할 부담이 상당할 것임을 시사한다.
물론,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드(Ford Motor)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관세를 시행할 계획이라면, 북미 지역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모든 국가를 포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리 CEO는 특히 도요타(Toyota)와 현대차를 지목하며, 이들 기업이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수십만 대의 차량을 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담은 대통령 메모랜덤에 서명했지만, 구체적인 대상국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연 한국 자동차 산업은 ‘무관세 천국’의 달콤함에서 벗어나 ‘관세 지옥’의 문턱을 넘게 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주의’ 칼날이 한국 자동차 산업을 어떻게 덮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