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불안에 ‘실질 화폐’ 갈망 반영… 美 코스트코 월 2억 달러 판매
- 국내 금 소비량 15% 증가, MZ세대 소액투자 문화 확산 영향
미국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에서 시작된 ‘금괴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 현상은 한국의 편의점과 백화점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경제 불안 속에서 소비자들의 ‘실질 화폐’에 대한 갈망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야후 파이낸스(Yahoo Finance)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지난해 24캐럿 1온스 금괴를 회원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며 월 2억 달러(약 2,763억 4,000만 원)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수요가 계속 증가하자 플래티넘 바까지 판매 품목에 추가하는 등 귀금속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독립연구소의 주디 셸튼(Judy Shelton) 선임연구원은 야후 파이낸스와 팟캐스트에서 “금은 실물 경제를 대변하며, 신뢰할 수 있는 돈의 전통적 역할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9%까지 치솟고 달러 구매력이 20% 감소한 경험이 소비자들의 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 가격은 올해 들어 31.72% 상승해 온스당 2,750달러(약 379만 9,675 원)를 기록했다. 또한 UBS의 솔리타 마르첼리(Solita Marcelli) 아메리카 최고투자책임자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금 열풍은 한국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금 소비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편의점과 백화점에서의 금 판매 증가세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소형 골드바의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어났으며, 백화점의 금 관련 제품 매출도 20% 이상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액 투자 문화가 확산되면서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이나 백화점에서의 금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그리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 대형 편의점 체인 관계자는 “1g, 3g 단위의 소형 골드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명절 선물용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 목적의 구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 업계에서도 금 관련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전용 매장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 투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조언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의 변동성이 크고 장기 보유 시 보관 비용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 결정 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러한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개인의 금 구매 증가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소비자들의 경제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 열풍이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현재의 경제 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금융 행태 변화가 향후 경제 정책과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